귀촌

귀촌하면 꼭 농사 지어야 할까? 텃밭과 정원의 현실

lifego-news 2025. 7. 26. 22:04

1. 귀촌의 로망, 현실 속 텃밭은 어떤 모습일까?

많은 이들이 귀촌을 꿈꾸며 머릿속에 그리는 첫 장면은 바로 집 앞 텃밭에서 상추를 따는 장면이다. 도시에서는 누릴 수 없는 자연과 함께하는 자급자족의 삶, 식탁 위에 오르는 음식 하나하나가 내 손으로 키운 것이라면 얼마나 보람찰까? 하지만 막상 귀촌을 하고 나면 이 ‘로망’은 현실의 무게를 만난다. 텃밭은 단순히 땅에 씨를 뿌리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땅을 일구고, 잡초를 뽑고, 병해충을 막으며 기후 변화에 대응해야 하는 복합적인 노동이 기다리고 있다.

특히 귀촌 1~2년차 도시 출신 이주민들이 가장 자주 겪는 시행착오는 ‘텃밭 규모 조절 실패’다. 처음에는 욕심에 따라 밭을 넓게 만들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관리가 되지 않고 방치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텃밭은 기대 이상으로 손이 많이 간다. 아침저녁으로 물을 줘야 하고, 장마철에는 뿌리가 썩지 않게 관리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급자족의 기쁨을 누리고자 한다면, 시작은 작게, 지속 가능한 규모로 접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무엇보다 ‘농사는 전문직’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귀촌하면 꼭 농사 지어야 할까? 텃밭과 정원의 현실

2. 텃밭보단 정원? 자연과 공존하는 또 다른 선택지

농사를 짓지 않더라도 시골의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 그중 하나가 바로 ‘정원 가꾸기’다. 상추와 고추 대신 꽃과 허브, 관상용 식물로 꾸미는 마당은 물리적 노동 부담을 줄이면서도 감성적인 만족감을 준다. 아침 햇살 아래 피어나는 금잔화, 저녁 노을빛을 머금은 수국 한 송이만으로도 하루의 피로가 사라지는 경험은 도시에서는 쉽게 누릴 수 없다.

정원의 가장 큰 매력은 자연과의 공존이다. 특별한 기술 없이도 계절의 흐름을 따라 피고 지는 꽃들을 바라보며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있다. 게다가 꽃과 나무는 곤충과 새들을 불러 모으며 생태적 다양성도 함께 누리게 해준다. 아이들이 있는 가정이라면 정원은 또 하나의 놀이터가 된다. 자연에서 뛰노는 경험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교육적 자산이 된다. 물론 정원도 잡초나 해충, 시들음 등의 관리가 필요하지만, 먹거리를 생산하는 텃밭보다는 부담이 적다.

 

3. 주변 시선과 공동체 문화가 주는 압박감

텃밭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는 단지 개인의 선택만으로 결정되기 어렵다. 시골 마을에는 특유의 **‘공동체 시선’**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마당에 풀이 무성하면 “저 집은 왜 관리를 안 해?”라는 소리가 나오고, 뒷밭이 방치되면 “도시에 살던 사람이라 그런가 봐”라는 말이 돌기도 한다. 선의의 관심이지만 때론 부담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시선은 초보 귀촌인에게는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마을 어르신들은 밭일에 능숙한 경우가 많아, 자연스럽게 비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누군가 호박과 고추를 풍성히 키운다거나, 여름마다 옥수수를 돌린다면, 나도 무언가 해야 할 것 같은 ‘눈치’가 생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나의 에너지와 생활패턴에 맞는 선택을 하는 것이다. 무리하게 따라하기보다는, 주변과 소통하며 나만의 속도로 삶을 만들어가는 것이 귀촌의 핵심이다. 때로는 “저는 그냥 꽃을 좋아해서요”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

 

4. 농사 없이도 충분히 풍요로운 귀촌 라이프

결론적으로, 귀촌을 한다고 해서 반드시 농사를 지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삶을 원하는가’이다. 땀 흘리는 노동 속에서 기쁨을 찾는 사람이라면 텃밭은 분명 귀한 선물이 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귀촌의 풍요는 다양한 방식으로 가능하다. 자연의 변화를 가까이에서 느끼고, 여유로운 삶의 속도를 즐기며, 이웃과의 정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풍성한 일상을 만들어낼 수 있다.

농사와 텃밭, 정원과 마당은 그저 수단일 뿐이다. 꼭 무언가를 키우지 않아도,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산책하고, 해 질 무렵 마당에서 차 한 잔을 마시는 것만으로도 귀촌의 가치는 빛난다. 도시에서 벗어난 삶은 ‘해야 할 일’보다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삶이기에, 누구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자연을 마주할 수 있다. 농사를 짓든, 꽃을 심든, 아무것도 하지 않든, 귀촌의 풍요는 ‘선택’에서 비롯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