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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인 마을 정착 지원 프로그램 체험 후기

lifego-news 2025. 8. 4. 14:47

귀촌 전, 정착이 막막했던 내게 ‘마을 정착 프로그램’은 희망이었다

서울에서 15년 넘게 살았던 나는 늘 자연 속에서 자급자족하며 사는 삶을 꿈꿔왔다. 하지만 막상 귀촌을 결심하고 나니, 정보도 부족하고 지역과의 연결고리도 없어 막막함이 컸다. 그때 ‘귀촌인 마을 정착 지원 프로그램’이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충북 제천에서 운영 중인 한 귀촌학교에 참여하게 됐다. 이 프로그램은 지자체와 지역 협동조합이 함께 운영하며, 신규 귀촌인이 마을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체험과 교육을 제공하는 형태였다.

프로그램은 약 4주 과정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참여자는 소규모 마을회관에 숙소를 제공받았다. 처음엔 이 낯선 환경에서의 적응이 걱정되었지만, 매일 아침 주민들과 함께하는 마을 순례, 농촌 일손 돕기, 작물 재배 체험, 공동 취사와 같은 일과를 통해 빠르게 지역 분위기에 익숙해졌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것은 마을 어르신들이 정말 따뜻하게 다가와 주신 점이다. “도시 사람이 뭐 이런 데서 살아?” 하는 부정적인 반응을 예상했지만, 오히려 “젊은 사람이 와줘서 고맙다”며 반겨주셨다.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장점은 ‘일상 체험’이라는 점이었다. 귀촌을 결정하기 전, 잠깐 여행처럼 둘러보는 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실제로 마을회관에서 새벽 6시에 열리는 이장 회의에 참석하고, 논일을 함께하며 하루를 보내는 것은 매우 현실적인 경험이었다. 이러한 체험은 단순한 농촌 로망을 넘어, 귀촌이 진짜 나와 맞는 삶인지 객관적으로 판단할 기회를 제공해주었다.

 

귀촌인 마을 정착 지원 프로그램 체험 후기

마을 일손 돕기부터 소득 창출 교육까지, 체계적인 구성

정착 지원 프로그램은 단순한 마을 체험에서 그치지 않았다. 참여자의 장기 거주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실질적인 경제 활동 기반을 만드는 데도 중점을 뒀다. 나의 경우에는 농업보다는 작은 가공식품 사업에 관심이 있었는데, 프로그램 중반부부터는 각자의 관심사에 맞춰 교육 모듈을 선택할 수 있었다. 나는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1인 창업 실습’ 코스를 선택했고, 다른 참가자 중에는 축산, 스마트팜, 공예 등 다양한 분야에 참여한 사람들이 있었다.

창업 실습 과정에서는 지역 특산물인 들깨, 더덕, 약초 등을 활용해 잼이나 절임류를 만들어보고, 상품화까지 실습해볼 수 있었다. 강사로는 실제 지역에서 창업에 성공한 선배 귀촌인이 직접 나섰다. 무엇보다 도움이 되었던 건, 실패담을 가감 없이 공유해줬다는 점이다. “지자체 지원금만 믿고 시작하면 망한다”는 말처럼 현실적인 조언을 들을 수 있어 실제 사업 준비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또한 프로그램에는 소득 창출 외에도 ‘생활 적응’에 필요한 요소가 포함되어 있었다. 예를 들어 지자체 공무원이 직접 방문해 주택 보조금, 농기계 임대, 창업지원금 신청 방법 등을 설명해줬고, 각종 행정 절차를 체험해보는 시간도 마련되어 있었다. 이런 교육은 평소에 혼자 검색만으로는 알기 어려운 정보들이었고, 실제로 내가 귀촌 후 받게 될 수 있는 혜택을 체감할 수 있었다.

정착 지원 프로그램이 단순히 마을에 적응하는 것을 넘어, ‘이곳에서 어떻게 생계를 유지할 것인가’를 함께 고민하게 만들어줬다는 점에서 매우 실질적인 경험이었다.

 

지역 주민과의 교류가 가장 강력한 정착 요인이 되었다

정착 프로그램 중 가장 큰 의미를 가졌던 것은 지역 주민과의 진짜 관계 형성이었다. 초반에는 서로 어색했지만, 일손 돕기와 공동식사, 지역 행사 참여를 통해 점차 마음을 열 수 있었다. 특히 한 주택 리모델링 현장에 자원봉사로 함께한 경험은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벽에 흙을 바르고, 나무 자재를 나르는 단순한 작업이었지만, 그 현장에서 나눈 농담과 웃음, 함께 먹은 점심은 관계의 시작이 되었다.

일부 주민은 “예전에도 귀촌하겠다고 왔다가 몇 달 못 버티고 떠난 사람들이 많았다”고 이야기하며 걱정 반, 기대 반의 시선으로 나를 바라봤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나는 점점 ‘외부인’이 아닌 ‘같은 동네 사람’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마을 이장이 직접 사비로 밥을 사주시기도 했고, 농기계 사용법을 가르쳐준 60대 어르신은 지금도 가끔 안부 전화를 주신다.

프로그램 말미에는 소규모 마을 회식이 있었는데, 이 자리에서 “정말 이곳에 정착하고 싶다”는 말을 꺼냈을 때, 많은 분들이 박수와 함께 “기다릴게”라는 따뜻한 말을 건네주셨다. 이 순간 나는 이 마을이 내 두 번째 고향이 될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정책이나 경제적인 지원도 물론 중요하지만, 실제 귀촌 정착의 핵심은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역 사회와의 관계는 정보나 자금보다 훨씬 더 지속적인 동력으로 작용했다.

 

체험 후 변화된 시선과 실제 귀촌 결정 과정

4주간의 마을 정착 지원 프로그램이 끝난 후, 나는 서울로 돌아와 진지하게 귀촌 결정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프로그램 동안 제공받은 정보와 인간관계를 기반으로, 실제 거주할 집을 찾기 시작했고, 지역 농업기술센터와 다시 연락을 주고받으며 주택 수리 보조금과 농지 임차 관련 절차를 진행했다.

놀랍게도 프로그램을 함께했던 8명 중 5명은 실제로 그 마을 또는 인근 지역에 정착을 결정했다. 나도 3개월 후 같은 마을에 월세로 들어가 정식으로 주민등록을 옮겼고, 현재는 소규모 들깨 가공품 사업을 준비 중이다. 이미 마을 분들과 함께 공동 작업장도 확보했고, 지자체와의 창업지원금 상담도 마쳤다. 모든 것이 이 체험 프로그램에서 시작된 일이다.

프로그램은 단순한 관광이나 교육이 아니라, “내가 시골에서 살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을 내릴 수 있는 시간이었다. 특히 행정적인 지원, 경제적인 기반, 마을 사람들과의 유대라는 세 가지 요소를 동시에 경험하며, 귀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구체적인 준비로 전환할 수 있었다.

지금 나는 매일 아침 이장을 따라 마을 방송을 하며 하루를 시작하고, 주 3일은 들깨밭에서 일하며, 틈틈이 블로그에 시골살이 콘텐츠를 기록하고 있다. 그동안의 도시 생활과는 완전히 다른 삶이지만, 내게는 이 평범한 일상이 오히려 훨씬 더 안정적이고 만족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