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촌 후 시골에서 차 없이 살아보기, 가능할까?
1. 귀촌하면 차가 꼭 필요할까? — 시골 교통 환경의 현실
도시에서는 대중교통만으로도 생활이 가능하다. 지하철, 버스, 택시, 심지어 공유 킥보드까지 다양하게 이동 수단을 고를 수 있다. 하지만 시골은 다르다. 버스는 하루 몇 번뿐이고, 정류장도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마을 안쪽에 있는 집일수록 중심지까지 나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차 없이도 살 수 있을 것 같아서 귀촌했는데, 결국 중고차를 샀다’는 후기들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귀촌 후 차 없이 살아보려는 계획은 분명 의미 있지만, 시골의 교통 구조는 도시와는 전혀 다르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대형마트, 병원, 은행, 심지어 우체국까지 차량으로 10~20분 이상 이동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겨울철이나 비 오는 날, 짐이 많은 날에는 대중교통 이용이 사실상 어렵다. 즉, 자동차 없이 살기 위해선 생활 반경, 생활 패턴, 이동 시간에 대해 철저한 계산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시골 지역에서는 자동차가 ‘선택’이 아니라 ‘필수’로 여겨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2. 차 없이도 가능한 귀촌? — 현실 가능한 조건을 따져보자
모든 시골이 불편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 **‘자동차 없이도 생활 가능한 시골 지역’**도 존재한다. 버스터미널이 가까이 있고 읍내 중심지에 주택이 위치한 경우에는 도보 생활도 충분히 가능하다. 예를 들어, 전통시장과 보건소, 마트, 초등학교, 은행 등이 도보 10분 내에 밀집한 소도시 읍내라면 자동차 없이도 문제없이 생활할 수 있다.
또한 지역에 따라서는 군청이나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복지 차량, 마을버스, 순환버스 등이 일상적인 이동을 보조해 주기도 한다. 특히 노년층을 위한 **‘이동지원 서비스’**가 잘 되어 있는 곳이라면, 차 없이도 병원이나 장보기를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지역은 전체 시골 중 소수에 해당하며, 사전에 철저히 조사하고 선정해야 가능하다. 귀촌 전에는 실제 현지에서 며칠 살아보거나, 마을 주민 인터뷰, 생활반경 내 인프라 지도를 통해 교통 접근성을 확인하는 것이 필수다. 그냥 ‘공기 좋다’는 이유로 외곽 농가주택을 계약했다가는 외로움보다 교통 불편이 먼저 찾아올 수 있다.
3. 귀촌 후 차 없는 생활의 장점과 불편, 그 경계선
차 없이 귀촌하면 생활이 불편해지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덜 움직이고, 덜 소비하는 삶’**이 시작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차가 없으면 충동적인 외출이나 과소비가 줄고, 자연히 마을 중심의 삶에 익숙해진다. 아침엔 마당을 돌보고, 점심엔 마을회관에서 주민과 인사를 나누고, 장은 일주일에 한 번 시장에서 보는 방식이다. 물리적인 불편이 있지만, 그만큼 느림과 절제의 미학을 배울 수 있다.
또한 차가 없으면 건강에 더 신경 쓰게 된다. 도보나 자전거 이동이 많아지고, 계획적인 생활 루틴이 생기며, 이동 자체가 운동이 된다. 특히 자동차 유지비(기름값, 보험료, 정비비, 자동차세 등)가 없어지는 것은 적지 않은 경제적 이점이다. 하지만 급한 일이 생겼을 때의 대응력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병원, 아이 학교 행사, 행정 업무 등은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 하거나 시간을 넉넉히 잡아야 해결된다. 즉, 차 없이 살아가는 시골 생활은 ‘편리함’보다는 ‘자립성과 균형감’에 더 초점을 맞춰야 가능한 일이다.
4. 귀촌과 자동차 사이의 현실적인 타협점 찾기
결론적으로 귀촌 후 자동차 없이 사는 것은 가능하긴 하지만, 지역의 조건과 본인의 생활방식에 따라 편차가 크다. 따라서 ‘무조건 차 없이 살겠다’는 이상보다는 **‘최소한의 이동수단을 갖춘 귀촌’**을 고민해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예를 들어, 장보거나 병원 갈 때만 사용하는 소형 중고차, 경차, 혹은 전기차를 보유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동이 많지 않다면 유지비도 크게 들지 않고, 필요한 순간에만 활용하면 된다.
또는 커뮤니티 카셰어링, 이웃과 차량 공동 사용 등의 방식도 고려해볼 수 있다. 특히 공동체가 잘 유지되는 마을이라면 ‘○요일에 ○○마트 같이 가자’는 식의 생활 공유가 가능해진다. 귀촌은 결국 혼자만의 선택이 아니라, 공동체와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변화다. 차 없이도 살 수 있는 길은 있지만, 그것이 불편함을 감수한 결과일지, 혹은 철저한 준비 끝에 얻은 선택인지에 따라 만족도가 크게 달라진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진짜 원하는 삶의 방식에 자동차가 어떤 위치에 있느냐는 질문이다. 그 질문에 정직하게 답하는 것이 진짜 귀촌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