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촌

귀촌 후 알게 된 시골의 사계절 풍경과 감성

lifego-news 2025. 7. 24. 22:01

1. 봄, 생명의 소리로 가득한 시골 풍경

도시의 봄은 먼지 낀 창문 너머로 바라보는 연둣빛 가로수일 뿐이지만, 시골의 봄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다가온다. 겨우내 얼어붙었던 논과 밭이 해동되기 시작하면 마을 어귀의 할머니들은 호미를 들고 밭으로 나가고, 고요하던 들판에는 삽과 쟁기의 소리가 다시 울려 퍼진다. 대지의 숨결은 눈으로 볼 수 있을 만큼 생생하다. 새싹은 땅 위로 고개를 내밀고, 개구리는 논두렁을 울리며 잠에서 깨어난다.

이맘때면 시골에서는 ‘농번기’가 시작된다. 새벽 공기를 가르며 울리는 닭 울음소리, 마을회관에서 들려오는 이웃들의 인사, 어린아이들이 개울가에서 맨발로 뛰노는 모습까지… 도시에서는 보기 어려운 살아 있는 봄의 풍경이다. 특히 마당가에 핀 매화나 살구꽃의 향기는 자연 그대로의 아로마다. 도심 속 꽃집에서 사 온 인공적인 꽃과는 다르게, 시골의 꽃들은 계절 그 자체로 살아 숨쉰다. 도시에서는 ‘날씨가 좋네’라고 느낄 뿐이지만, 시골에서는 봄이 온다는 것이 실제 삶의 리듬과 직결된다.

 

도시에서는 몰랐던 시골의 사계절 풍경과 감성

2. 여름, 자연 속에서 느끼는 시골의 청량한 일상

여름이 되면 시골의 풍경은 한층 더 생동감을 띤다. 특히 6월에서 8월 사이, 시골 사람들의 하루는 땀으로 시작해 땀으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내기와 잡초 뽑기, 수확 준비까지 이어지는 여름철 농사는 정신없이 바쁘다. 하지만 이 시기의 시골은 뜨거움 속에서도 특유의 청량함을 간직하고 있다. 마을 뒷산에서 들려오는 매미 소리, 논두렁을 흐르는 시냇물, 오후의 그늘진 느티나무 아래에서 마시는 식혜 한 잔은 이곳만의 여름을 만들어낸다.

여름 저녁, 마당에서 부채질을 하며 이웃과 나누는 이야기 또한 시골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정감이다. 도시에서는 에어컨과 커피숍에 갇혀 보내기 쉬운 여름이지만, 시골에서는 자연과 직접 부딪히며 계절을 온몸으로 체험하게 된다. 비가 오는 날에는 장독대에 빗방울이 톡톡 떨어지는 소리조차 힐링이 된다. 특히 여름 장마철, 무성하게 자란 풀 냄새와 흙냄새가 뒤섞인 공기는 도시에서 절대 느낄 수 없는 감각을 자극한다. 더위 속에서도 시골의 여름은 순수한 생명의 기운으로 가득하다.

 

3. 가을, 풍요와 감성의 절정

가을은 시골에서 가장 화려한 계절이다. 들판은 황금빛으로 물들고, 나무마다 알알이 맺힌 열매들이 수확을 기다리고 있다. 이맘때면 농가의 마당은 말린 고추, 마늘, 감, 무로 가득하고, 밭에서는 고구마와 밤, 들깨를 수확하느라 바쁜 손길이 이어진다. 바람은 선선하고, 하늘은 유독 높아 보인다. 특히 시골의 가을은 풍요를 시각적으로, 감각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계절이다.

마을 뒷산의 단풍은 관광지가 아니어도 충분히 아름답고, 논길을 걷다 보면 벼 이삭이 고개를 숙인 모습에서 자연의 성실함을 느낄 수 있다. 도시의 가을이 감성적인 커피와 책 속에 있다면, 시골의 가을은 삶 자체가 감성이다. 해가 뉘엿뉘엿 지는 시간, 붉은 노을이 논 위를 덮을 때면 잠시 모든 일이 멈춘 듯한 정적이 찾아온다. 이 순간, 시골의 사람들은 여유를 배우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본질을 되새긴다.

 

4. 겨울, 고요함 속 따뜻한 시골의 온기

겨울이 되면 시골은 다시 고요해진다. 하얗게 내린 눈은 들판을 덮고, 논밭은 또다시 깊은 휴식을 준비한다. 하지만 그 속에는 따뜻한 움직임이 있다. 이맘때면 시골집에서는 김장을 하기 위해 온 가족이 모이고, 장독대는 배추로 가득 찬다. 장작을 패서 아궁이에 불을 지피는 모습, 무쇠솥에 끓는 고구마 냄새, 고양이가 이불 속에 파묻혀 있는 장면까지… 시골의 겨울은 ‘고요하지만 따뜻한’ 정서를 품고 있다.

특히 눈 오는 날 아침, 온 세상이 새하얗게 덮인 그 풍경은 마치 동화 속 장면 같다. 도시에서는 제설차 소리로 시작되는 아침이지만, 시골에서는 그저 고요하다. 아이들은 눈썰매를 타고, 어른들은 군고구마와 동치미로 계절을 나눈다. 시골의 겨울은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지만, 오히려 그 안에서 가족과 이웃 간의 정이 두터워진다. 사계절 중 가장 느리게 흐르는 이 계절은 우리에게 ‘쉼’의 가치를 다시 일깨워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