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귀촌 생활의 첫 걸림돌, 경계 분쟁과 땅 모양의 진실
귀촌을 결심하고 가장 먼저 하게 되는 일은 '집'이나 '땅'을 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막상 계약을 마치고 입주한 뒤, 가장 먼저 마주하는 현실적인 문제는 '이 땅의 정확한 경계가 어디인가?'라는 질문이다. 시골에서는 토지 경계가 불분명한 경우가 많고, 수십 년 동안 구두로만 인정되던 경계선이 존재하는 일이 흔하다. 문제는 이런 관행이 법적인 효력을 갖지 못한다는 것이다.
지적도상 경계와 실제 토지의 울타리나 담장의 위치가 다를 경우, 이웃과의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기존의 마을 주민들은 오랫동안 형성된 경계에 대한 ‘묵시적 동의’가 있는 경우가 많아, 새로운 귀촌인이 이를 문제 삼으면 갈등이 심화된다. 더 큰 문제는 ‘경계선’이 집 또는 진입로와 맞닿아 있을 경우다. 법적 경계는 남의 땅인데, 생활상 내 공간처럼 사용하고 있었다면, 철거나 이행 강제금을 요구받을 수 있는 상황으로 번질 수 있다.
이런 문제를 예방하려면 귀촌 전에 반드시 공인중개사무소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토지이용계획확인서, 지적도, 임야도 등을 직접 열람하고 실제 지적 측량을 요청해야 한다. 특히 경계가 모호한 땅일수록 한국국토정보공사(LX)의 경계복원 측량을 통해 법적 기준을 명확히 해두는 것이 중요하다.
한 마디로 말하면, 귀촌에서는 ‘내 땅’이라 생각했던 공간이 내 것이 아닐 수 있다.
그리고 그 오해 하나가 수년간의 마을 관계를 망칠 수도 있다.
귀촌을 성공적으로 시작하고 싶다면, 경계 분쟁 예방이 제1 우선 과제가 되어야 한다.
2. 시골 빈집 매매 시 흔한 재산권 함정들
많은 귀촌인들이 저렴한 가격에 시골 빈집을 매입하려고 한다.
수천만 원대의 가격, 넓은 마당, 나무가 우거진 정원, 한적한 위치. 언뜻 보면 ‘득템’처럼 보이지만, 이런 빈집이야말로 재산권 분쟁의 위험이 가장 높은 사례다.
첫째, 빈집의 경우 소유권자가 실거주자가 아닐 가능성이 높고, 상속이나 공동 소유 등의 복잡한 법적 구조를 가진 경우가 많다. 계약 당시에는 한 명과 진행했지만, 추후 다른 공동소유자가 나타나 계약 자체가 무효가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시골에서는 가족 간 소유권 이전이 문서 없이 구두로만 이뤄진 사례도 많아, 등기부등본만으로는 모든 것을 판단하기 어렵다.
둘째, 건물의 등기와 실제 사용 공간의 불일치도 매우 흔하다. 주택 본체만 등기되어 있고, 부엌, 창고, 화장실은 불법 증축으로 등재되지 않은 경우도 많다. 이런 건물은 향후 리모델링이나 보수 공사를 진행하려 할 때 불법 건축물로 간주되어 인허가에 제한을 받거나, 철거 명령을 받을 수 있다.
셋째, 진입로 문제다. 일부 시골집은 공유지 또는 타인의 사유지를 통과해야 집에 들어갈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이 경우 별도의 통행권 설정이 되어 있지 않다면, 갑작스러운 통행 제한, 분쟁, 분묘 관련 문제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사도(私人道) 통행권 분쟁은 귀촌자들이 가장 자주 겪는 갈등 중 하나다.
따라서 시골 빈집 매입 전에는 건물과 토지의 등기부등본 확인, 공유지 여부 점검, 불법 증축 여부 확인, 실거주 이력 확인, 지자체의 재산권 분쟁 사례 검색 등을 철저히 해야 한다. 싼 집은 반드시 이유가 있다. 그 이유가 법적인 문제라면, 해결에 몇 배의 비용이 들 수 있다.
3. 귀촌 후 발생하는 ‘무단 점유’ 갈등과 대처법
시골의 생활환경은 도시와 다르게 공간의 경계가 느슨하게 인식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귀촌 후 흔히 발생하는 분쟁 중 하나가 ‘무단 점유’ 혹은 ‘사유지 오용’이다. 대표적인 예로는 다음과 같은 상황들이 있다:
- 이웃이 본인의 텃밭 일부를 자신의 밭처럼 경작하고 있음
- 마을 진입로 일부가 사유지인데, 마을 전체가 자유롭게 통행하고 있음
- 담장 옆 공간에 마을 사람들이 쓰레기를 버리거나, 농기구를 임시 보관함
- 오래된 나무를 두고 어느 쪽 소유인지 이견이 있음
이러한 갈등은 대체로 ‘악의적’이기보다는, 오랜 시간 형성된 관습과 구두로만 이루어진 합의에 기반을 두고 있다. 하지만 귀촌인 입장에서는 명확한 법적 권리를 보호받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에, 관습적 사용과 법적 소유 간의 충돌이 불가피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 단계는 감정적 대응을 피하고, 사실관계를 명확히 기록하는 것이다. 경계 문제, 무단 사용 등에 대해서는 사진, 지적도, 경계 측량 결과 등을 통해 문서화하고, 처음 발생 시점부터 일지 형식으로 기록해 두는 것이 좋다.
또한, 법적 조치를 취하기 전에는 반드시 제3자(이장, 마을 귀촌 상담센터, 지자체 민원담당자 등)의 중재를 요청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법적 대응은 지역사회에서 고립되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협의→공식 요청→행정 민원→법적 절차의 단계적 접근이 권장된다.
마지막으로, ‘공유지처럼 쓰이던 공간’은 단기간에 소유권을 주장하기보다, 점진적으로 사용 방식을 조정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갈등은 단기적으로는 해결되어도, 관계는 길게 남는다. 귀촌에서는 법보다 관계 유지 전략이 먼저 설계되어야 한다.
4. 재산권 분쟁 예방을 위한 귀촌 준비 체크리스트
귀촌을 준비할 때는 ‘자연환경’, ‘생활비’, ‘공간 활용도’보다 먼저 점검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재산권 리스크를 사전에 제거하는 준비 과정이다. 다음은 실제 귀촌자들이 놓치기 쉬운 항목들을 중심으로 정리한 체크리스트다.
✅ 등기부등본(토지, 건물 모두) 열람 및 실소유자 확인
✅ 토지이용계획확인서, 지적도, 임야도 열람
✅ 공유지, 사도 여부 확인 (토지이용계획서 상 '도로' 표시 여부 필수)
✅ 건물 불법 증축 여부, 사용승인 여부 확인
✅ 진입로 통행권 설정 여부 및 구두 합의 이력 확인
✅ 마을 공동 사용 공간 여부 및 관습적 사용 범위 확인
✅ 이웃과의 경계 확인 (공식 측량 시 참여 요청)
✅ 마을 이장 또는 주민의 사용 이력 및 민감 이슈 파악
✅ 매매 전 해당 주소로 과거 분쟁 민원 기록 검색 (지자체 민원시스템 활용)
이 체크리스트는 단순한 종이 작업이 아니다.
나중에 이웃과 얼굴 붉힐 수 있는 상황을 사전에 차단하는 예방책이다.
귀촌이란 새로운 관계망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기에, 법과 정서의 균형 감각이 필수다.
법적으로 정당하더라도, 공동체에서 고립되면 삶 자체가 힘들어진다.
분쟁은 예방할 수 있다.
정보는 가장 강력한 방패다. 귀촌은 '시작 전 준비'가 그 어떤 선택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그 준비의 중심에는 반드시 재산권 리스크 관리가 포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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